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차디찬 겨울바람이 장강 위를 스치던 그 날,
강물은 이미 전운으로 끓고 있었습니다.

북방의 강자, 조조는 천하통일을 꿈꾸며
수십만 대군을 이끌고 남하했지만—
그 거대한 배후엔 피로와 병든 군사,
익숙하지 않은 물길이 도사리고 있었죠.

그리고 그를 막아선 두 명의 젊은 영웅.
강동의 총사령관, 주유.
그리고 유비 진영의 책사, 제갈량.

적과 맞서기 위해, 손권과 유비는 하나가 되었고—
전설은 그렇게 시작됩니다.

어둠 속, 하나의 불빛이 강 위를 가르며 흘러갑니다.
그것은 목숨을 건 고육지계.
노장의 몸에 채찍이 날아들고, 그 속임수는 조조의 마음을 꿰뚫죠.

불타는 배는 거대한 물길을 타고
조조의 사슬로 연결된 함대로 돌진합니다.
바람은 기다렸다는 듯 동남에서 불어오고,
순식간에 장강은 불바다가 됩니다.

함성, 비명, 연기…
그리고 조조의 오만은
불꽃 속에 꺾여갑니다.

전투가 끝난 뒤,
제갈량은 조용히 강을 바라보며 떠나고,
주유는 타오르는 적벽을 뒤로 한 채 외칩니다.

“하늘은 어찌하여 나 주유를 낳고, 또 제갈량을 낳았단 말인가…”

한 사람은 승리 속에서 외롭고,
또 한 사람은 승리 뒤에 병들어갑니다.

그리고 그 전설은,
수천 년을 건너
지금도 장강의 물결에 실려 흐르고 있습니다.

불꽃이 삼킨 강,
운명을 바꾼 전쟁,

이곳은 적벽,
삼국이 시작된 곳입니다.



Mozart: Requiem – Lacrimosa